달의 궁전, 서덕준

paradise
2017.03.26

뭇 별은 마치 숱한 전등처럼 빛을 배웅해

어쩌면 별은 나를 감시하는 건 아닐까?

아니, 아닐거야

그래, 내게로부터 너를 탐하는 수렵꾼일 테지

이봐, 어서 내 집착의 동굴로 숨어. 나의 아집을 덮고 누워

그렇지. 나는 이렇게 너를 지켜줄게.


많은 별과 오색의 구름들과 달무리가 너를 애타게 불러.

그들은 너를 실종한 별이라고 이름 붙이지

너를 데려가려는 달의 궁전은 대체 어디야?

나의 동굴에서 제발 나가지 마


세상의 모든 칠흑을 데려와도 견줄 수 없는 내 어둠에서

너는 유일한 빛이 되어 줘. 그렇지, 나의 태양인 그대야


내가 잘못한 거야? 너를 내게로 가두면 안 되는 거야?

너는 달의 선녀, 나는 그런 너를 욕심낸 몽롱한 나무꾼


이상하다.

나는 너를 지키려 한 것 뿐인데

너는 왜 갈수록 빛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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