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의 부활, 박은정

paradise
2016.11.20

너는 죽었다 무표정하게,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검은 구멍만을 열어둔 채, 무엇이 두려워서 매일 잠 속에서 보내는 거지? 일 년이 하루처럼 흐르고 하루가 일 년처럼 흐르는 이곳에선 겨울보다 빨리 봄이 오는데, 죽은 자의 마음으로 창을 열어봐 누군가 긴 제문을 읽는 동안 낙엽이 이마 위로 쌓이고 죽은 나무 위로 눈이 내리기도 하였지만, 검게 윤이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너는 벌레처럼 어미의 얼굴에 들러붙어 울음을 구걸한다 네 부패하는 시간을 위해 환기가 필요해 잠든 얼굴이 흘리는 태몽을 견디며, 숨기고 싶던 목숨이라는 말, 넘쳐서 죽어버릴 그런 불멸이라는 말, 너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들판의 시간들일 뿐, 앓던 얼굴이 침묵으로 잠들고, 그렇게 어둠 속에서 먼지 쌓인 정물이 되어가는 거, 그러나 너는 자꾸 태어나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뒤통수가 뜨거워서 말을 할 수 없는 걸 한 번의 꿈이 지난 자리에 또다시 꽃과 구름이 몰려온다 귓속을 파고드는 평화로운 울음들,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어 그건 슬프기보단 다행이라는 감정에 가까웠지 꿈은 길고 잠은 짧았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다시 태어난다 여린 송곳니를 가진 너는 여전히 아름다워 늙은 어미가 금줄을 달러나간다 녹슨 철문 사이로 어린 들개들이 쏘다녔다 봄이 흔적도 없이 결벽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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