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정오, 최하연

paradise
2016.11.10

홍단풍의 세계와 붉은 목련의 영토 아래,

까마귀의 심장 하나가 떨어졌다


꽃잎 하나 질 때마다

심장은 한 번씩 뛰었다


우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늘 아래 벤치에서 내가 마주친 당신의 눈 속엔 자장가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일어났더니, 무덤 속이었다


관을 열면, 내 심장에서 당신의 눈동자까지 삼천 개의 달이 계단마다 놓여 있었다


숲이 자라는 소리와 당신이 또각또각 걷는 소리를 들으며

떨어지는 꽃잎을 기다렸다


불 켜진 창마다 두드려보고 녹슨 난간을 쪼아도 보았지만,

그 깊은 땅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알람을 맞추고 문을 닫았다


태양은 늙은 복서처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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