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애초에 하나의 몸이었다. 아니, 몸짓이었나? 나는 당신 손등에 잘못 그어진 흉터. 지난밤 꿈에 길게 칼자국 남긴 얼굴 가린 귀신. 당신의 잘 웃지 못하는 왼쪽 입꼬리. 저장도 안하는 참 못나온 쎌카. 당신이 태어날 때 처음 보고 놀란 그 환한 빛처럼, 나도 버튼이 잘못 눌린 복사기에 얼굴이 끼었을 때 태어났어요. 그 환한 빛 말이죠. 내가 어머! 하고 부끄럽게 비명을 질러보았는데요. 그 순간에도 나는 스무개, 서른개로 늘어나고 있더란 말이죠. 우리는 죽은 쥐들과 귀신 들린 인형과 벌레들이 우글대는 베개 등등, 캄캄한 지구에서 신나게 달리기를 하는 중이죠. 시든 꽃을 들고 제일 먼저 당신에게 도착하면 신나서 팔짝팔짝 뛰어올라요. 잘못 도착한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이방인이네요. 누군가 우리를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