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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캬라멜, 하재연

paradise
2016.11.10
나랑 그 애랑어둠처럼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배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여름처럼기울어지는 어깨를그 애랑 맞대고서맞대고 나서도기울어지면서

안식일의 정오, 최하연

paradise
2016.11.10
홍단풍의 세계와 붉은 목련의 영토 아래,까마귀의 심장 하나가 떨어졌다 꽃잎 하나 질 때마다심장은 한 번씩 뛰었다 우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늘 아래 벤치에서 내가 마주친 당신의 눈 속엔 자장가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일어났더니, 무덤 속이었다 관을 열면, 내 심장에서 당신의 눈동자까지 삼천 개의 달이 계단마다 놓여 있었다 숲이 자라는 소리와 당신이 또각또각 걷는 소리를 들으며떨어지는 꽃잎을 기다렸다 불 켜진 창마다 두드려보고 녹슨 난간을 쪼아도 보았지만,그 깊은 땅속엔아무것도 없었다 알람을 맞추고 문을 닫았다 태양은 늙은 복서처럼 달렸다

참회록, 허연

paradise
2016.11.10
영혼이 아프다고 그랬다. 산동네 공중전화로 더 이상 그리움 같은 걸 말하지 않겠다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도 않겠다고 고장난 보안등 아래서 너는 처음으로 울었다. 내가 일당 이만오천원짜리 일을 끝내고 달려가던 하숙촌 골목엔 이틀째 비가 내렸다. 나의 속성이 부럽다는 너의 편지를 받고, 석간을 뒤적이던 나는 악마였다. 십일월 보도블록 위를 흘러다니는 건 쓸쓸한 철야기도였고, 부풀린 고향이었고, 벅찬 노래였을 뿐. 백목련 같았던 너는 없다. 나는 네게서 살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떨리는 손에 분필을 들고 서 있을 너를 네가 살았다는 남쪽 어느 바닷가를 찾아가는 밤 기차를 상상했다. 걸어서 강을 건너다 아이들이 몰려나오는 어린 잔디밭을 본다. 문득 너는 없다. 지나온 강 저쪽은 언제나 절망이었으므..

Jakubi-Couch potato

paradise
2016.11.10
​ 미치게 좋아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