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죽었다 무표정하게,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검은 구멍만을 열어둔 채, 무엇이 두려워서 매일 잠 속에서 보내는 거지? 일 년이 하루처럼 흐르고 하루가 일 년처럼 흐르는 이곳에선 겨울보다 빨리 봄이 오는데, 죽은 자의 마음으로 창을 열어봐 누군가 긴 제문을 읽는 동안 낙엽이 이마 위로 쌓이고 죽은 나무 위로 눈이 내리기도 하였지만, 검게 윤이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너는 벌레처럼 어미의 얼굴에 들러붙어 울음을 구걸한다 네 부패하는 시간을 위해 환기가 필요해 잠든 얼굴이 흘리는 태몽을 견디며, 숨기고 싶던 목숨이라는 말, 넘쳐서 죽어버릴 그런 불멸이라는 말, 너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건 들판의 시간들일 뿐, 앓던 얼굴이 침묵으로 잠들고, 그렇게 어둠 속에서 먼지 쌓인 정물이 되어가는 거,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