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할 수 없는 커피 맛, 볼프강 보르헤르트

paradise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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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옷과 살갗을 뒤집어쓴 채로 그런 것이 아주 귀찮다는 듯이 매달려 있었다. 옷이 그리고 살갗이. 그들은 유령이었는데, 바로 이 살갗으로 분장을 하고 오랫동안 인간 행세를 해온 것이다. 그들은 막대기에 매달린 허수아비처럼 자신들의 해골에 매달려 있었다. 자기 뇌의 조롱을 받으며 자기 심장의 고통을 느끼며, 삶에 의해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란 바람이 그들을 데리고 놀았다. 그들을 데리고 놀았다. 그들은 삶을 뒤집어쓴 채 매달려 있었고, 얼굴 없느 신에 의해 매달려 있었다. 선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신에 의해. 신은 그저 존재할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신이 그들을 삶에 매달았으므로 그들은 잠시 거기서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종탑 안에서 나지막이 소리 내는 종처럼, 바람에 부푼 허수아비처럼, 자기 자신에게, 이음매를 찾아볼 수 없는 살갗에 내맡겨진 채. 의자에, 막대기에, 탁자에, 교수대에, 헤아릴 길 없는 나락 위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의 희마한 아우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신은 얼굴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신은 귀도 없었다. 신에게 귀가 없다는 것, 그들에게 그것은 가장 커다란 버림받음이었다. 신은 단지 그들을 숨쉬게 할 뿐이었다. 끔찍하고 어마어마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숨 쉬었다. 거칠게, 탐욕스럽게, 걸신들린 듯. 하지만 고독했다. 희미할 뿐, 고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외침, 그들의 끔찍한 비명은 탁자에 함께 앉아 있는 옆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 없는 신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탁자에 함께 앉은 바로 옆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바로 옆에 있는 같은 탁자에 앉은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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