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paradise
2021.04.28

 

이 이야기는 꼭 편지 같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하고 나는 말할 테다. 이름 없는 당신에게라고. 이름을 붙이면 '당신'을 실제 세계에 연루시키게 될 텐데, 그러면 훨씬 더 위험해지고, 훨씬 더 부담이 커진다. 저 바깥 세상에, 당신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당신, 옛날의 고리타분한 사랑 노래들처럼 그냥 당신이라고 부르련다. 당신은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당신은 수천 명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은 아니다, 당신에게 말하겠다.

 

당신이 내 말을 들을 수 있다고 가장하련다.

 

하지만 소용없다. 당신은 듣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

 

 

그 사람은 괴물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은 그이를 괴물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그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을까? 아마 틀림없이 별 생각 없었을 것이다. 옛날에도, 인터뷰할 당시에도. 어떻게 하면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대가 비정상이었다. 그 여자는 미모에 자신이 있었다. 그 여자는 그 남자가 괴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어쩌면 그 남자도 정을 붙일 만한 구석이 있었는지 모른다. 샤워를 하면서 맞지도 않는 가락으로 휘파람을 불었다거나, 초콜렛 과자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다거나, 개에게 리브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스테이크 날고기를 갖다주며 뒷다리로 서는 묘기를 시켰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든 인간성을 만들어 붙이기란 정말 얼마나 쉬운 일인가. 얼마나 손쉬운 유혹인가. 몸만 어른이지 마음은 아기라고, 그 남자를 보며 여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마음이 약해져서, 앞이마에 흘러내린 그의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겨 주고 귀에 키스를 해 주었으리라. 단순히 대가에 혹해서 그런 건 아니다. 토닥여주고 싶은 본능, 더 낫게 만들어주고 싶은 본능. 남자가 악몽을 꾸고 잠을 깨면 그녀가 자, 이제 괜찮아, 괜찮아요 하며 말해주었을 테지. 당신 요즘 너무 힘든가 봐요. 전부 진심이었겠지. 안 그랬으면 어떻게 삶을 지탱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 미모 밑에 숨은 그녀의 참모습은 정말 평범했다. 그녀는 예의 발랐고, 유태인 하녀에게도 친절했다. 아니, 친절을 아주 넉넉히, 필요 이상으로 베풀었다.

 

그 인터뷰를 녹화한 후 며칠 후에, 그 여자는 자살했다. 텔레비전에서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그 여자에게 그 남자를 사랑했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건, 무엇보다도 그녀의 짙은 화장이다.